[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
섭씨 32도, 펄펄 끓는 그라운드보다 창공을 가르는 대포 열기가 더 뜨거웠다. 8일 제7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조선일보·스포츠조선·대한야구협회 공동 주최)에선 대회 2, 3호 홈런이 한꺼번에 나왔다.
제물포고 9―1 군산상고 (7회 콜드)
1회초 먼저 1점을 내준 제물포고는 1회말 1사 만루에서 5번 김수환의 2타점 적시타로 경기 흐름을 바꿨다. 3회말에는 5점을 추가해 순식간에 7―1로 달아났다. 2사 후 안타 4개를 몰아쳐 4점을 뽑은 집중력이 돋보였다. 제물포고는 6회 주장 김민수가 2점 쐐기 홈런을 때려 경기를 마무리했다. 승리투수가 된 박치국은 "지고 있어도 똘똘 뭉쳐서 바로 쫓아갈 수 있는 것이 제물포의 힘"이라고 했다.
마산고 4―3 설악고
마산고는 1회 1학년 구장익의 2점 홈런으로 기세를 잡았다. 구장익은 자신의 고교 전국 대회 첫 타석을 홈런으로 장식했다. 이효근 감독은 177㎝, 110㎏ 체격을 지닌 구장익에 대해 "유연성은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 파워는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를 빼닮았다"고 칭찬했다.
마산고는 4회에 2점을 추가해 4-0까지 달아났고, 설악고의 거센 추격을 따돌렸다. 3일 전 부친상을 치른 이효근 감독은 "위기마다 아버지를 떠올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신고 2―1 순천효천고
1―0이던 8회 동점을 허용하자 유신고 선수들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지난 5월 황금사자기 때 효천고에 1―0으로 앞서다 1대2로 역전패한 뼈아픈 기억이 되살아난 것이다. 하지만 에이스 김민이 추가 점수를 내주지 않고 9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기세가 다시 살아났다. 유신고는 9회말 1사 만루에서 홍현빈이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 설욕에 성공했다.
성남고 4―3 안산공고(연장 10회)
9회까지 공방 끝에 2―2. 대회 두 번째 승부치기(무사 1·2루서 공격 개시)에서 안산공고가 10회초 1점을 먼저 뽑았다. 반격에 나선 성남고는 무사 만루에서 내야 땅볼 때 3루 주자가 홈에서 아웃됐다. 1사 만루에서 스퀴즈 작전이 걸렸으나 오승현이 번트를 대지 못해 3루 주자가 협살 당했다. 하지만 오승현은 곧바로 2·3루 주자를 불러들이는 끝내기 적시타를 때려 스퀴즈번트 실패를 만회했다.